국민 드라마 '파리의 연인'
'파리의 연인'은 '프라하의 연인', '연인'과 함께 연인 시리즈 3부작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 역대 드라마 시청률 11위를 기록한 초대박 작품이다. 2004년 SBS 토, 일 드라마로 방영되었으며 김은숙 작가는 이 작품으로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최고 시청률 57%, 평균 시청률 41%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같은 해 연기대상에서 두 주인공이었던 배우 박신양과 김정은이 공동 대상을 받으며 이례적인 장면을 만들었고, 다음 해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작품이 대상을 받는 명예를 얻었다. 또한 매회 엔딩에서 나오던 OST 조성모의 '너의 곁으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조성모의 대표곡 중 하나가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방송에서 종종 삽입곡으로 들을 수 있다. 전주만 들어도 명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명곡이다.
드라마의 결말도 다른 의미로 역대급이었는데, 이 모든 이야기가 다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주인공 한기주(박신양)와 강태영(김정은)의 러브 스토리는 현실의 강태영이 쓰던 소설 속 이야기였지만 실제로 파리에서 소설 속 삶처럼 사는 강태영이 재벌 한기주와 우연히 만나며 열린 결말로 끝난다. 사실 지금 다시 보면 충격적인 결말은 아닌 것 같은데, 당시 열린 결말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던 시청자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PD와 작가는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줄거리와 인물 소개
옛날 드라마 필수 소재인 출생의 비밀과 까칠한 재벌 남자 주인공과 가난한 여자 주인공의 신데렐라 러브 스토리를 가지고 전개한다. 태영은 카메라맨이었던,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길을 따라 파리에서 지내던 중 GD 자동차 사장 한기주의 집 가정부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된다. 기주는 사업 확장 차 파리로 출장을 와 있던 중이었는데, 비즈니스 자리에 어쩌다 태영과 파트너로 몇 번 나가게 되며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쌓인 채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며, 기주의 잘못이었으므로 태영을 GD 자동차에 취직시켜 주고 일을 도와주며 그들의 사이는 더 깊어진다.
박신양이 연기한 한기주라는 캐릭터는 매우 까칠하고 차가운 캐릭터였지만 태영에게 점점 마음을 열면서 로맨티시스트로 변하는 과정이 매우 매력 있다. 박신양은 대본을 자신의 말투로 약간 바꿔서 연기하여 김은숙 작가와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인만의 개성을 또렷하게 드러내며 기주를 더 인상 깊은 인물로 만들어 시청자들이 열광하게 했다.
서브 남주였던 윤수혁(이동건) 또한 매우 인상적인 인물이었는데, 그 유명한 "이 안에 너 있다."의 주인공이다. 초반부에는 기주와 상반되는 다정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매력을 보여주었지만, 후반부로 가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 흑화하며 답답한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모든 것을 유행으로 만들다.
'파리의 연인'은 대단히 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들을 창조했는데, 거의 매회 유명한 장면이 있을 정도이다. "애기야 가자."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으며, 당시 많은 매체에서 패러디되었다. 아마 '박신양' 하면 다들 그 장면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또한 극 중에서 김정은과 손을 잡고 돼지 저금통을 들고 가는 장면도 매우 인기 있었는데, 당시 개그 콘서트에서도 그 장면을 따라 해 유행을 만들었다. 극 중 역대급 명대사는 아마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 해!!!" 일 것이다. 그 후 둘의 키스신이 연출되고 OST '너의 곁으로'가 흘러나온다. 아마 이 장면을 뛰어넘는 명장면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다.
19년 뒤 시청 리뷰
이 작품이 방영되던 당시 엄청난 신드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옛드 몰아보기'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옛날 드라마 영상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SBS 방송사 공식 유튜브에서 올려주는 '파리의 연인' 요약본을 접한 후 왓챠플레이에서 정주행하게 되었다.
일단 패션 암흑기로 불리는 2000년대 작품이라 그런지 비주얼이 엄청나다. 특히 박신양의 양복 핏은 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도 훌륭한 연기력으로 매력 있는 캐릭터를 완성해 몰입도를 높였다. 사실 이때까지 주연 배우가 안경 쓰고 등장해서 멋있게 보였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그의 연기 실력 때문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안경 끼고 등장하는데도 너무 멋있다.
결말에 대해 말이 많았고 제작진이 욕도 많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미리 알고 본 것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짤방으로만 봤던 명장면들을 이렇게 보게 되니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으며, 새삼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하는 BGM(특히 전주 부분)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맛깔난 대사와 연기, 배경 음악까지 이 삼박자가 잘 맞았기 때문에 성공한 작품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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