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드라마 명작 <커피프린스 1호점>
여름마다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푸른 계절이 오고 매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꺼내보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이선미 작가의 소설 '커피프린스'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2007년 여름 방영되었으며 평균 20%의 시청률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mbc 드라마국의 첫 여성 감독이었던 이윤정 pd가 연출을 맡았다.
남장여자, 가난하지만 명량한 여주인공과 재벌 3세의 사랑, 출생의 비밀 등 어쩌면 뻔한 소재가 등장하고 있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은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보이게끔 만들었다. 어쩌면 막장 드라마 소재가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이 드라마는 매우 트렌디하다. 패션계의 암흑기라 불리는 2000년대의 촌스러운 의상들이 나오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또한 드라마 삽입곡으로 더 멜로디, 허밍어반스테레오, 티어라이너, 캐스커 등 인디 밴드의 노래들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 음악들이 드라마를 트렌디하게 보이는 데에 일조했다.
주인공 고은찬(윤은혜)은 24세 소녀가장이다. 생활력 없는 엄마와 철부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 둘을 먹여 살리고 있다. 우연히 재벌 3세 최한결(공유)과 마주치게 되고, 자꾸 결혼 압박을 넣는 할머니의 성화에 은찬에게 애인 대행 알바를 제안한다. 한결은 은찬을 당연히 남자로 생각하고, 둘은 게이인 척 연기를 하며 모든 맞선을 파투내고 다닌다. 이 과정에서 은찬은 점점 한결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결의 할머니는 그에게 망하기 일보 직전인 왕자 커피숍을 살리라는 임무를 주는데, 한결은 모든 직원을 꽃미남으로 채용해 '커피프린스 1호점'을 오픈하게 되고, 은찬이 이 카페의 직원으로 합류하며 둘은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등장인물 관계
이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작품 속의 재밌는 요소 중 하나이다. 주인공 고은찬은 생계유지를 위해 남장여자의 삶을 택하는데 한결은 은찬이 남자인 것을 알고도 사랑에 빠진다. 그 유명한 대사 "니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를 날리는 한결의 모습에 고은찬뿐만 아니라 tv를 보던 모든 시청자들도 같이 심쿵했을 것이다. 역시 사랑은 숨길 수 없는 것인가. 한결이 나중에 은찬이 여자인 것을 알게 된 후 둘 사이가 잠깐 흔들리지만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한편 메인 커플의 서사만큼 흥미진진했던 최한성(이선균)과 한유주(채정안)의 서사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이 둘은 오래된 커플이었지만 한유주의 성공을 위한 야망으로 인해 한성을 버리고 DK(김정민)와 뉴욕 유학을 떠난다. 한성이 그리워 다시 돌아온 유주는 은찬에게 흔들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상처를 받고 다시 DK에게 가나 싶었지만, 정신 차린 한성과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웃긴 건 이 인물들의 관계가 완전 할리우드인데, 은찬은 한성을 짝사랑했고 한결은 사촌 형의 여자 유주를 오랜 시간 짝사랑했다. 한성은 중간에 은찬에게 흔들렸으며 유주는 한결의 마음을 알고도 잘 지내왔으며 한성을 버리고 DK와 만났다. 하지만 이들의 얽힌 관계도 모두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는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이 아니었나 싶다. 공유와 이선균은 너무 멋졌고, 윤은혜는 너무 사랑스러웠으며 채정한은 그냥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배우 윤은혜의 인생작
배우 윤은혜는 '궁', '포도밭 그 사나이'를 이어 '커피프린스 1호점'까지 삼연타를 쳤다. 사실 이 작품 이전까지 계속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으며, 드라마는 다 잘 되었지만 발연기 꼬리표를 쉽게 떼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남장여자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연기력도 굉장히 상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윤은혜가 연기하지 않은 고은찬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와 하나가 된 연기를 펼쳤다.
작품 속에서 거의 민낯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엄청난 먹방을 보여주고 망가지는 모습도 사리지 않는데, 이런 점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윤은혜를 진짜 연기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 해 2007년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과 2008년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이 작품은 윤은혜의 인생작이 되었다.
최고의 청춘 드라마
유튜브 '커피프린스 1호점' 관련 영상의 댓글을 보면, 어딘가에 이 인물들이 살아있을 것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의 스토리와 인물들의 이야기에 몰입을 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청춘 드라마들이 있지만, 그때 그 시절 감성의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따라 올 작품은 없다. 매년 여름 찾아보지만 질리지 않는다. 드라마 속 배우들의 통통 튀는 연기와 비주얼(모두의 리즈 시절이다.), 청춘의 푸르른 분위기, 어쿠스틱한 ost들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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