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명작을 남긴 일본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중 인생 영화로 꼽는 세 작품을 소개한다.
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중 완성도와 작품성, 흥행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 개봉하였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걸작이다.
주인공 소녀 치히로는 이사 가던 날 수상한 터널을 지나게 되고,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다. 치히로의 부모님은 그곳에서 음식을 먹다 돼지가 되어버렸고, 겁에 질려 도망가던 그녀를 하쿠가 구해준다.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유바바가 관리하는 여관에서 일하게 된 치히로는 이름을 센으로 바꾸어 생활하고,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많은 사람이 인생 영화로 꼽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신도 모르고 있던 내면의 잠들어있던 힘을 발휘하기를 바란다'는 희망 사항을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단순 성장물이 아닌, 주인공 치히로와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 희망 사항을 표현하고 있다.
2.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다음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국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원작에선 거의 모티브만 가져왔다고 한다) 2004년 개봉하였으며, 특히 주인공 하울 캐릭터의 완성도 높은 비주얼과 매력으로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브리 영화를 좋아하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는데, 하야오 감독의 전작과 전 전작이 너무 훌륭해서 그런지 기대 이하라는 평이 많았다. 그래도 이후로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딱히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는 재평가되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19세기 말 유럽을 배경으로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의 모자가게에서 일하는 소피는 어느 날 골목길에서 추파를 던지는 군인들을 마주쳐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다. 그때 하울이 나타나 소피를 구해주고, 그날 저녁 황야의 마녀가 그녀를 찾아와 하울에 관해서 묻더니 그녀를 할머니로 만들어버린다. 할머니가 된 소피는 사람들을 피해 황무지로 떠난다. 가던 길에 처박힌 허수아비를 구해주며 그 허수아비의 도움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들어간 소피는 그곳에 사는 하울과 마르클, 캘시퍼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곳에서 지내며 자신과 하울이 걸린 마법을 풀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특히 영화의 BGM이 정말 유명하다.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가 바로 그 곡인데, 여러 버전으로 편곡되어 영화의 많은 장면 속에 삽입되었다. 개인적으로 역대 영화 BGM 중에 최고의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하울과 소피의 로맨스를 더 아름답게 보여주는 데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하야오 감독의 유일한 로맨스물로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끝난 작품이다.
3.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모노노케 히메'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꼽히며 당시 일본에서는 1년 동안 상영되며 1420만 명의 관객을 모은 전설적인 작품이다. 하야오 감독의 사상을 완벽히 대변하고 있는 작품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함께 지브리 양대 최고작으로 꼽힌다. 작품의 스케일 또한 매우 커서 제작 기간도 3년이 걸렸으며 예산은 200억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무로마치 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느 날, 총알을 맞고 죽어가며 재앙신이 되어버린 멧돼지 신 '나고'가 한 마을을 습격한다. 주인공 아시타카가 그를 사살하고, 그 대가로 저주에 걸린다. 그 저주는 아시타카의 뼈를 파고들어 결국 죽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저주를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다른 지역의 한 마을에 도착한 아시카카는 산이라는 야생의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담은 작품으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로 극을 전개한다. 이전의 동화 같은 지브리 영화와는 다른, 냉혹하고 꽤 잔인한 장면 묘사를 보여주며 장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재앙신의 생김새가 매우 징그러우며 사무라이들의 팔다리가 절단되는 장면도 그대로 보여준다. 대중성보다는 예술성과 작품의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데에 집중하여 이를 전달함에 성공하였으며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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